4년 6개월 동안 광장에서 밀려난 세월호 기억공간, 그 슬픈 기억을 지키는 이들을 만나보자.
서울 도심, 특히 광화문광장은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되새기고 기억하기 위한 상징적인 장소였다. 참사 12주기를 앞두고, 광장에서 '임시'로 옮겨진 기억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기억과 빛, 그 안의 이야기
세월호 희생자 김동영 아버지 김재만 씨는 기억공간이 원래 위치에서 밀려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넓은 곳에 있었다면, 참사를 기억하고 남은 과제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기억과 빛은 2021년 8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 과정에서 광장에서 밀려난 후, 서울시의회 앞에 4년 6개월째 임시 상태로 서 있다. 이 공간을 지키는 4·16연대 활동가 성기봉 씨는 기억공간의 세세한 부분까지 손길을 더하며,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공간을 소개하고 극우 집회 참가자들을 쫓아내는 등 하루를 보낸다.
성기봉 씨는 광화문광장보다 노출이 덜한 곳에 있어 아쉽지만, 작년에 탄핵 집회에 온 젊은 친구들이 찾아와 고마웠다고 전했다. 기억공간은 시민들이 잠시 생각에 잠기고, 또 다른 참사 피해자들이 위로받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광화문광장의 기억
세월호 참사 석 달 후인 2014년 7월, 광화문광장에 유가족 천막이 세워졌다. 광장에서 시민을 만나며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생명과 안전을 위한 사회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유가족과 시민들의 집회와 단식, 강경 진압과 연행 등 참사 1주기 추모집회까지, 광화문광장은 참사의 기억과 교훈을 되새기는 장소가 되었다.
2019년 4월, 천막 시절을 마치고 건물 '기억과 빛'이 광화문광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광화문광장 공사로 인해 강제철거를 막기 위한 시민과 유가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시 이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공사 완료 후 재설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현재 기억과 빛은 무단 점용에 대한 변상금을 내며 버티고 있다.
기억을 이어가는 시민들
위태로운 처지임에도 기억과 빛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계속된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매달 기억공간의 원래 자리였던 광화문광장에서 진상규명과 기억공간 존치를 요구하는 손팻말 시위를 한다. 직장인 서경민 씨는 청소년을 위한 책을 만드는 출판사에서 일하며,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는 세월호참사를 불편한 얘기로 피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신애진 씨의 어머니 김남희 씨도 손팻말을 들었다. 김 씨는 추모와 기억, 다짐이 문턱 없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가 편안한 마음으로 기억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기억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지 12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기억을 간직한 청소년들도 기억공간을 찾는다. 강북중학교 동아리 학생들을 인솔한 교사 이서원 씨는 세월호참사가 학생들이 아주 어렸을 때 일어난 일이지만, 수학여행에서 일어난 일이라 아이들이 아픔에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억과 빛을 나서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성기봉 씨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힘이 닿는 한 기억공간을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더 깊은 생각
기억과 빛의 임시 상태는 참사의 기억을 지우려는 시도처럼 느껴진다. 광장에서 밀려난 기억공간은 우리 사회가 참사의 교훈을 잊고, 기억을 지우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기억과 빛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참사의 기억을 이어가고, 그 의미를 되새기려는 노력이다.
참사의 기억은 단순히 슬픔과 애도로만 남겨져서는 안 된다. 기억공간은 그날의 교훈을 되새기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다짐을 하는 장소여야 한다. 기억과 빛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참사의 기억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12년이 지났지만, 세월호참사의 기억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억과 빛을 통해 그날의 기억을 되새기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다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